▣백두대간 단독종주/백두대간 산행기

백두대간 제8일차 대관령~고루포기산~닭목재~삽당령 - 연리지 사랑 / 우산

woosanje 2009. 3. 3. 05:54

2009. 3. 1(일) 06:30-18:30 백두대간 구간종주(8일차) 대관령-삽당령 / 연리지 사랑 생활은 생명의 낭비 - 회사일로 바쁘다보니 두달여 만에 백두대간 산행에 나섰다 [ 放下着 - 놓아라 놓으면 산다. ] 정든 회사를 떠나게 되니 요즘은 인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 인생도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라는 말은 본래 사랑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두사람이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사랑하여 만든 사랑덩어리라서 애(愛)라고 한다 나도 누구나처럼 부모님의 열렬한 사랑덩어리로 인생을 시작했다. 아흔아홉 고비 대관령에서 닭목재를 지나 삽당령까지 다소 먼 산행길 27.1km 구간 백두대간 대관령 (832m) 출발 06:30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위에 자리한 구 영동고속도로 기념비에 새벽물이 들고있다.

[심조불산] 한 사람이 산에서 길게 소리한다. 심~ 조~ 불~ 산~ 이 무슨 득도한 소리인가? 맞은 편 산에 있는 써있는 글씨를 거꾸로 읽고 있었다고 한다. 산, 불, 조, 심, 이왕이면 한자로 해석해 보고싶다 [心造佛山] 마음이 부처도 만들고 산도 만들고... 이른 시각, 산행 들머리에서 마주 오는 부부팀을 만났다 그들은 제왕산과 능경봉 갈림길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온다고 한다 지난 주 사고가 있어 입산금지라며 아쉬워 하는 기색이다 (아마도 가물어서 산불예방 입산금지하는 거겠지, 산림감시원을 만나면 벌금보다는 산불예방 교육을 시켜주십사 해보자는 생각으로 입산한다) 잠시후 동해 쪽에서 시작되는 일출 해는 하늘을 가고 나는 땅을 간다

백두대간 고도표 대관령-삽당령 

능경봉(1,123m)이 아침을 맞고 있다. 07:10 제왕산의 모산이며 대관령 남쪽 가까이 높은 산(언덕)이라 하여 陵京峰이라고 한단다

행운의 돌탑 지나는 사람들이 한손씩 보태어 쌓여가는 돌탑 나도 조그만 돌하나를 주워 돌틈에 끼워 놓았다 무슨 소망을 빌어야 하나? 너무 많아서 눈을 감는다. 우선은 잘 놀게 해달라고 할까?

새끼들의 생존전략 사람의 새끼나 짐승의 새끼나 초록의 싹을 포함해서 모든 어린 것들은 귀엽다. 그것이 힘없고 약한 그들만의 생존전략이다. 이쁘고 사랑스럽고 앙증맞게 보여야 귀염받고 보호받고 살아갈수가 있다고 한다. 순진함 속에 숨어있는 교활함. 나도 살아가면서 스스로 참 교활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백두대간 지도8. 대관령~고루포기산~삽당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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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닭목재 

 

 

닭목재~삽당령

 

젊은 연리지 한나무에서 두 가지가 붙어 자라는 것도 있지만 사진은 두나무의 가지들이 만나 하나로 붙어 자라는 모습이다.

회사를 떠나는 것은 사회를 떠나는 것이다. 사회에서의 나의 업은 여기까지라고 느낀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내가 잘하는, 내 가슴 설레게 하는 것에 몰입하고 싶다. 그것은 돈벌이하고는 인연이 없는 공허한 좁은 길이다. 횡계치 - 새로 난 영동고속도로 터널이 밑으로 지나는 곳 설명은 아래 안내문으로 대신한다.

총각 어린아이는 사랑을 받고 자라다보니까 버릇이 없어진다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 이리 받고 저리 받고 부딪히게 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온 몸이 뿔이 되어 충돌한다. 각이 많다 그래서 총각(總角)이라고 한단다. 완숙한 연리지 여기는 아주 큰 연리지 나무가 있다. 이 산에는 연리지가 많네~ 벚꽃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센치미터, 사랑의 약효는 33개월이라는데, 저 나무들 자라는 속도는 연속 5센치미터 약효는 33년은 되었겠다

여기는 안내문까지 세웠다. 백낙천의 장한가에서 在地願爲 連理枝 (재지원위 연리지) "땅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연리지가 되었으면".하고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했다고 한다.

삼신할머니 누구나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오는 반항의 기질은 삐죽빼죽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세가지 신이 간여한다고 한다 어머니의 신(성격, 기질), 아버지의 신, 그리고 그 자신의 신 사춘기 나이까지는 자신의 기질이 약해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부모의 기질을 넘어서 자신만의 주장을 하게된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부모와 먼저 부딪히게 된다. 잘 보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제 삼신이 나오는 때이니까...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멀리 대관령 목장부근 대관령에서 닭목재를 지나 삽당령까지 가는 구간은 좌로는 강릉, 옥계까지, 우로는 옛날에 횡계라고 하던 대관령면, 도암댐이 자리하고 있다

총각은 살아가면서 여기저기 많이 부딪히고 돌출된 모가 닳아 둥글게 둥글게 되어간다 점차 얼이 익어간다. 그래서 어른이라고 한다. 어른=얼이 익은. 그런 사람. 고루포기산 (1,238m) 09:30 고루포기는 반송이라 하는 다복솔을 말하며 또한 안반데기라고도 한다는데... 고루포기산에 고루포기는 볼수가 없었다 청와대에서 보았던 반송을 떠올리며 여기 저기 찾아는 보았다.

한우 맹덕목장 목장은 공간의 여유가 있어 땅에 있거나 산에 있거나 고즈넉한 풍경을 담고 있다. 겨울이라 소들이 나와 있지 않아 지난 번 대관령 목장 정경처럼 더욱 한가롭다

금강송의 그늘 숭례문 복원사업에 쓰인다는 금강 적송이 대간 길 옆에 많이 있다 산등성이를 소 잔등의 털처럼, 말 갈기처럼 두두둑 타고 올라간다

닭목재(706m) 11:30 풍수지리에서 금계포란형의 닭의 목에 해당된다고...

아부지(我不知) 나도 연리지 사랑을 하여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했고 아들 하나에 머시매 하나있고, 딸은 아직 없다 큰 녀석이 머리가 크더니 어느날 갑자기 나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빠라는 호칭에 익숙해 있던 차에 참 생소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부지는 찬사가 아니다. 채찍질이다 아부지(我不知), 나를 아직 모른다는 뜻이다 아부지는 아직도 자신을 모르십니까? 어서 득도(得道)하세요 라는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청보리인지 약초인지 잡초인지 아무튼 새봄의 전령이... 토론토에 사시는 어느 님이 말하기를 고국의 봄소식을 전해달라고 했다 이번 백두대간 산행길은 눈도 없는 겨울산의 황량함만 보고 가는데 닭목재에서 화란봉 오르는 길에서 푸른 봄의 전령을 만나서 다행이다. 토론토로 보낸다

나는 아부지라는 호칭을 들으면서, 사회생활이라는 이 꿈을 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동안 기회도 용기도 없었다 어느 순간, 그 누가 나를 두번 흔들어 깨웠고 이제 나는 잠에서 깨었다. 그렇게 생각한다. 화란봉(1,069m) 위에 어리는 그림자 12:40 이름 그대로 꽃모양을 하고 있는 산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화란봉을 중심으로 겹겹이 쌓인 형상이다. 포근한 소나무의 모습을 담았다.

등산팀과의 문답 오늘 남진길에 등산팀을 다섯팀 만났다. 등산팀을 가장 많이 만난 날이다. 그중 무려 20명에 가까운 산행팀 일행이 줄을 서서 내게 묻는다 "혼자 하면 안무섭습니까?" 별로 대답할 말도 없고 해서 "아주 재미있어요" 했더니 웃을 일도 아닌데 남자나 여자나 깔깔 웃어대더니 줄도 안맞추고 길이거나 말거나 우르르 내려가는 모습이 특이해서 한 컷 담았다. 낮술들을 드셨나~. 보통 산행팀은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산죽 지나온 대간길들은 야생화와 설경에 취해 걸었는데 오늘은 풍경이 황량하다. 그래도 언제나 싱그럽게 자라고 있는 산죽의 바다는 여기에도 있다. 조릿대 만드는 산죽 이제 봄이오면 산에 기화요초가 만발하겠지...봄 꽃 산행이 기다려진다.

사람이 되어라 나이가 먹는 것과 관계없이 사람이 되어라고 한다. 사람이란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사방팔방(四)을 두루두루 살펴보면서(覽) 사는 올바른 균형잡힌 인간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못되었다 방화선에 보이는 불 지난 창녕의 참사가 떠오른다 방화선이라고 나무를 베어내었지만 불이나면 이 정도 방화선은 한 바람에 넘어 옮겨 붙을 것 같다. 군데 군데 소나무는 차마 어쩌지 못해 베어내지도 않았다.

백두대간 리본 열전 대간길에서 리본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번 산행구간은 알바를 가장 많이 한다는 구간인데 곳곳에 백두대간 리본이 잘 달려있어 다행히 길을 잃지 않았다. 리본들 사진을 모아 리본열전을 올려야 겠다. 송송백백암암회(松松柏柏巖巖廻) 수수산산처처기(水水山山處處奇) 원 뜻은 "소나무 잣나무 바위사이로 돌아드니 물곳곳 산곳곳 아름답구나"하는 김삿갓 선생이 금강산을 노래한 시이다. 나는 끝자 한자를 기이할 奇에서 깃발旗로 바꾸어 음미해 본다. 곳곳에 대간 리본...

삽당령 삼지창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있다 하여 불려진 이름이다. 조선때 지리서 "신중국동국여지승람"에는 "府서쪽 60리 정선으로 가는 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아부지도 서러운데 이제 곧 더욱 큰 할, 할아부지가 된다. 나는 참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선후배 동료들이 부족함을 메워주어서 무탈하게 회사생활을 해왔다 이번에 희망이라는 퇴직을 하면서 퇴직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보는 사람마다 말렸고 말리는 사람마다 녹음기를 틀어주었다 궁색한 변병들-그냥 쉬고 싶어서, 이제 지쳐서, 더 늦기전에, 오래 전부터, 그냥 싫어서, 남은 월급 미리준다는데, - 기타 등등 하지만 진짜 속마음은 말하지 못했다. 나에게 보이는 그 길을 가보고 싶어서라는... 이제 뜻한 바 았어 표를 던지고 나니 더욱 그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이별의 인사는 짧아야 한다는데... 사랑하는 님들이여 안녕히...
애수의 소야곡-기타 솔로/우산

[근산]
2009.2.28(토) 
 ㅇ 동서울터미날(18:23) - 대관령-횡계(21:00) /13,200
 ㅇ 대관령 24시 찜질방 /10,000원
2009.3.1 (일) 
 ㅇ대관령 청진동 해장국집(05:30) / 우거지설렁탕 5,000원
 ㅇ택시로 대관령 까지 (06:10) / 6,700원  
[산행]
 ㅇ 대관령(832m)06:20 - 능경봉(1,123m)07:10 - 대관령전망대(1,181m)08:55 -
     - 고루포기산(1,238m)09:30 - 왕산제2, 제2쉼터- 닭목재(706m)11:30 - 
  ㅇ 닭목재(706m)11:30 - 화란봉(1,059m)12:40 - 석두봉(991m)15:50 - 
 들미재갈림길(924m)17:00 - 삼당령(660m)18:30 27.1km / 12시간10분
- 이 구간은 닭목재까지 끊어서 두번에 산행하기도 하는데 좀 무리해서 한번에 했다 -
[귀가]
2009.3. 1(일) 
 ㅇ 삽당령에서 19:15분에 정선-강릉 막차 기다리다(4,000원) 빈택시(5,000원) 흥정
 ㅇ 삽당령(18:40) - 강릉 홍제동(17:20) - 터미날 해장국(5,000원) - 동서울(22:00)
이제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지
회사는 그만 다니고, 백두대간 다닙니다.
宇山(항아)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