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3 백두대간 단독종주(5일차) - 조침령~구룡령 / 설악과 오대사이 22.25km
[ 백두대간 소개 ]
백두대간은 山自分水嶺(산자분수령)이라 하여
물은 산을 건너지 않고 산은 물을 넘지 않으면서
대간 마루금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져 있는 한반도 호랑이의 등뼈이다
그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백두대간 종주이며 남한 구간의 실제거리에 대해
여러가지 자료가 있으나 진부령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790km가 맞는 것 같다
산림청 672km, 포항셀파 실측자료 735km (접속거리 50여km 별도)
기타자료A 936km 자료B 1,240km, 자료B 1494km
백두대간 5일차 조침령-구룡령 / 설악산과 오대산이 33봉우리로 손을 나누는 22.25km 구간
내려가며 좌측으로는 양양군, 하조대, 남애항이 동해와 맞닿아 있고
우측으로는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의 심심산골이 있다
정감록에서 三災不入之處로 꼽은 "삼둔사가리"가 있는 곳이다
오늘 걸어야 할 조침령부터 구룡령까지 길을 초록색으로 표시해 보았다
[ 백구와의 만남과 애증, 그리고 이별...]
진동리에서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반가워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하얀 백구를 보고 처음에는 조침령 초입까지 길 안내를 해주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뒤돌아본 점봉산 방향 - 산넘어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자못 거대하게 보인다
진돗개 종인것 같은 백구는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나와 십년지기나 된듯 서로 기다리고 기다려 주며 산행길을 재촉했지만...
이러다가 저 개가 길을 잃어 집에도 못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만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때리는 시늉에 스틱으로 찌르고 해도 그냥 "날 잡아 잡수~"한다
꼭 가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음~저쪽 구룡령쪽에 집이 있나? 마음이 약해진다
산속에 들어오는 아침햇살은 언제보아도 상쾌한 기분...
아름다운 열매 - 천남성(天南星) - 두루미 천남성
하늘에 있는 별, 남십자성에서 따왔을까? 두루미 같은 긴 목을 하고 십자성을 바라보는...
백구에게 다짐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가는 거다. 길 잃어버려도 난 모른다.
그렇지만 물과 간식을 나누지 않을 수 없다
비스켓 타임, 내 손바닥을 컵삼아 요구르트를 따라 주었다
백구는 산새 따라 한참, 다람쥐 따라 한참 숲사이로 들락날락 하기를 수십번
매번 허탕만 치다 나한테 핀잔을 듣더니 드디어 사냥에 성공했다
가만 보니 자그만 들쥐였다. 진돗개가 맞나보다. 그런데 그 쥐를 먹어치운다.아!
숲사이로 부는 바람이 흔드는 단풍에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이기이원론
바람이 흔들린다, 아니 나뭇잎이 흔들린다, 아니 보고있는 그대 마음이 흔들린다
백구때문에 산행이 많이 지체되었다 중간에 몇번을 쫓아버리려고 씨름하고
백구가 멧돼지 쫓아 숲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면 혹시나 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드디어 점심 준비하려는 차에 백구가 지쳤는지 쓰러져 잠을 잔다
백구와 물과 간식과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짐승은 염치가 없다. 한이 없다)
식수가 얼마 남지않았다
대간길은 마루금 따라가다 보니 물 구하기가 어렵다
백대대간 길에 가장 반가운 것은 바로 백두대간 리본. "아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마치 수를 놓은 것 같은 문양의 꽃이파리...어수리
어수리는 꽃잎으로 자연의 이치를 디자인하고 있다
당초무늬, 물결무늬,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이다
하늘을 그리고 있다
백두대간 지도5. 조침령~갈전곡봉~구룡령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확대됨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여 사용)
씨앗을 바람에 제대로 날리고 있는 씨방...
백두대간 고도표 (조침령~구룡령)
그 많던 꽃들이 다지고, 마지막 보이는 투구꽃
맹독을 품고있는 꽃, 돌쩌귀
옛날에 사약을 만들 때 썼다는 투구꽃의 뿌리
진부령에서 부터의 대간길에 가장 많이 만나는 꽃
백구와의 이별.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백구가 자꾸 뒤돌아 본다.
돌아가려는 몸짓을 자주 한다. 속썩이네~
마주오는 산객1을 만나 백구를 딸려 보냈다 그 분은 마땅치 않아 했지만...
백구를 보내고 채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금방 뒤돌아 쫓아왔다. 아이구 저 웬수~
(그 산객이 쫓아보냈나 보다)
마주오는 산객2-3을 만나 자세히 설명하고 "내 백구가 아니다. 조침령쪽에 집이 있다
저 개가 마음이 여러 혼자 못가서 그렇지 데리고 가면 잘 갈거라"고 부탁하는데
백구도 알아들었는지 새로 만난 사람들과 금새 친해지더니 쫄랑쫄랑 따라간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집찾아가게 하려고 오만 인상을 쓰고 협박해서 보냈다
그 개가 쥐 잡아 먹는 개라는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벗었다.
저 개가 구룡령까지 따라오면 어쩌지? 서울까지 따라오면? 버스는 태워줄까?
아니 서울에 데려간다고 치면, 항아는? "개하고는 죽어도 못살아~" 뻔하다
산 날망이에 언제나 한발 앞서올라가 나를 기다리던 백구,,,바이 바이
만남
만남은
마주보고 나누는 것
눈빛과 미소,
속삭임과 마음을
나누는 것
사랑도, 미움도
그저 함께 하는 것
만남의 끝은 외면
보고 있어도 보지 않고
함께 있어도 따로 하는 것.
더구나 헤어짐에랴...
단풍
가을노트
천만코 뜨게질로
지치던 사색
단풍잎 적신호에
멈춰선 止心
세파에 뒤질세라
바쁘던 마음
은행잎 노란빛에
돌이킨 回心
꿈따로 현실따로
무너진 가슴
붉게터진 산따라
피로 운 哀心
신이냐 우주더냐
시비하던 맘
더벅머리 벼따라
수그린 靜心 /宇山
연가리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삼둔은 월둔, 달둔, 생둔이요 (둔은 숨어지낼만한 평평한 자리)
사가리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결가리) 명지가리(명지거리)이다(가리는 계곡, 가리, 거리)
아침가리는 산이 깊어 아침해가 밭 한가리 메면 지나간다는 뜻이란다.
만록총중홍일점 - 왕안석의 봄춘자를 가을추자로 바꾸어보았다.
萬綠叢中 紅一點(만록총중 홍일점) 빨간점 하나
動人秋色 不須多(동인추색 불수다) 하나면 충분...
산앵도나무의 빨간 열매이다.
나래회나무는 자기의 나래로는 부족한지 낙엽한장을 더 덮었다.
설악산과 오대산이 팔가마를 하는 이 구간은 무려 서른세 봉우리나 되는
이름없는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다. 고개 넘으면 또 고개, 산 넘으면 또 산
아침가리로 가는 길목의 왕승골
더 붙을 수 있을까? 천남성..
가을이 숲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
드디어 갈전곡봉 이곳에서 가칠봉쪽으로 넘어 내려가면 적가리, 그너머 명지거리
산행이 너무 지체되어 늦었다. 후래쉬를 꺼내어 캄캄한 밤길 산행을 이어간다
옛구룡령에 도착, 이제 한시간 정도 더가 1,103m봉, 1089m봉만 넘으면 구룡령이다
식수를 아꼈지만 이제 남은 건 한모금 정도...목이 탄다
백구는 잘 갔을까? 산객들이 물은 주겠지? 자꾸만 모습이 어른거린다.
어두운 밤길, 숲사이로 하늘에 별들이 잠깐잠깐 보였다 사라진다.
드디어 구룡령 계단길. 저 어둠이 끝나는 곳에 바로 구령령 고개 도로가 있다
뭁통에 있는 마지막 한모금을 마셨다. 아 맛있다
구룡령에서 야영하고 진고개까지(23.5km) 더 가려던 계획을 접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구룡령에 식수도 구할 수 없고, 너무 춥고 갈증과 허기
내일의 통제구간인 신배령-두로봉-동대산-진고개가 갑자기 부담스러워진다
의욕이 꺾이어 아쉽지만 이번 산행은 여기서 작별
어둠속에서 랜턴에 비치는 길가 나무위에 달아놓은 민박집 전화번호를 찾았다.
2008.10.3(금) 조침령-구룡령 22.25km / 12시간10분
ㅇ진동리(07:40) - 조침령(08:00) - 쇠나드리(09:00) - 1060봉(12:35) -백구와 이별(13:00)
- 연가리(13:50) - 왕승골(15:40) - 갈전곡봉(18:00)-옛구룡령(19:10) - 구룡령(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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