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단독종주/백두대간 산행기

백두대간 제17일차 벌재~황장산~차갓재 (황장산의 암릉길과 백두대간 탈출)

woosanje 2009. 7. 9. 15:40

백두대간 남진 단독종주 제17일차 벌재~우명골 11.0km (마루금 탈출)

▶ 날짜 : 2009. 7. 5(일) [흐리고 맑음]

▶ 구간, 거리, 소요시간 : 벌재~황장산~우명골 11.0km, 6시간 50분 (05:40~12:30-탈출시간 포함)

* 벌재-(4.56km)-황장재-(0.92)-황장산-(0.5)-묏등바위-(5.02km)-우명골-534지방도로(단양 대강)
-901지방도로(문경 동로)-문경읍

▶묏등바위에서 알바, 계곡으로 내려서 처음으로 대간길 탈출

▶ 백두대간 1,600km, 남한구간 790km중 누계 369.3km 남진.




▶ 산행포인트

* 월악산 국립공원 구간진입

* 천주봉, 공덕산 풍경

* 황장산 암릉길과 작성산성

* 백두대간 탈출 경험



▶ 포토 산행기

[벌재의 아침]
전날 야영한 벌재의 육각정자에서 일어나 보니 새벽 04:50분,
단체 산행객들이 버스로 자가용으로 도착하여 벌재에서 사진찍느라 분주하다.
텐트를 걷고 보니 벌써 하나 둘 등로로 들어서고 있다. 북진하는 산객들, 남진하는 산객들이 하나둘 모습을 감춘다. 이렇게들 일찍 산에 드는데 나는 혼자한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늘 들머리에 늦게 들어섰었다.
-이렇게 좋은 곳(정자)에서 잤어도 집에 오니 개미들이 많이 따라 왔다.



벌재(620m)의 국공파 초소
오랫만에 국공파가 관리하는 구간에 들어선다. 이곳 벌재부터는 월악산국립공원 관할인데. 벌재~대미산 구간은 비지정등산로라고 하여 국공파에 걸리면 벌금이 50만원이다. 국공파가 아직 출근하지 않은 이른 시간에 대간파들이 하나 둘 울타리를 넘는다.



백두대간 고도표 벌재-하늘재 

어제 저녁도 걸렀기에 아침을 해 먹으려 황장산 약수터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까 국공파 초소안에 수도꼭지가 보인다.



나도 울타리를 넘어 국공파 초소로 다가가 안을 보니 여러가지 살림살이가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고것들 재미있겠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파이프로 연결한 수도 여기서 아침을 해먹을까 하다가 식수만 보충하고 마루금을 밟고 올라섰다.



928m봉에서 보이는 치마바위 - 설명이 필요없듯 커다란 바위들이 마치 산이 치마를 두른듯 하다.

벌재에서 황장산까지의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보니 첫 헬기장에서 앞서간 산행팀들이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있다. 가래떡을 먹는 사람도 있고 저 아래에서는 용변보는 산객...아침을 권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혼자 앞서 올라간다.

백두대간 지도17. 벌재~대미산

※ 사진 클릭하면 원본 확대 (다른이름으로 저장하여 사용)

 

 벌재~대미산



천주봉, 공덕산 풍경
일기가 그리 화창하지 않은중에도 멀리 천주봉(왼쪽), 공덕산(오른쪽) 풍경이 보인다. 산에 늘 상주하는 운무가 살짝 내려서며 산 정상들을 보여주는 타임에 찰칵
단체산행객들이 몰려와 함께 절경을 구경하였다 휴식후 그들이 앞서간다.



이 나무의 꽃이 참으로 특이한데 꼬리진달래 라고 한다



폐백이제(846m)
벌재에서 황장산까지는 고도차가 약 400미터로 꾸준히 올라가야 하는데 오름길에 고도가 떨어지는 곳이 네군데 정도 있는것 같다. 처음으로 떨어지는 고개 폐벡이재
월간지 산에 "등산은 가장 정직한 스포츠"라고 게재한 글이 있다.
산을 가다보면 오른만큼 내려가고, 내린만큼 다시 오르며, 아무리 기분상으로 많이 지나온 것 같아도 꼭 걸어온 걸음만큼만 산행길이 줄어든다.
대간 초행길에 많이 겪은 경험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다고 해서 산은 결코 길을 줄여주지 않는다. 마루금은 걸은 만큼 줄어들고, 시간은 보낸 만큼 남아았다.
아무리 심신이 고되고, 아무리 밤이 깊었어도 결코 단 한 걸음도 단 1분도 봐주지 않는다
대간 마루금은 정직하다. 너무 많이 정직하다.



치마바위(926m)
치마바위를 지나면서 운무가 다시 자욱해지며 전혀 조망이 되지 않는다. 밑으로 내려다 보니 깍아지른 절벽이다. 발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사진상으로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황장재가는 길에 만난 작성산성의 흔적
-치마바위를 조금 지난 너른 바위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먹었다. 몇몇 뒤져있던 산행팀이 지나친다.
-공민왕때 작장군이라는 장수가 쌓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커다른 바위들로 약간 낮은 안부를 막아 쌓았는데 돌틈 맞닿은 자리가 마치 자로 디자인하여 붙인 듯 개미 한마리 들어갈 틈이 없어보인다.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신기하다. 오랜 풍상에 돌이 갈라져 떨어져 나간 곳은 어쩔수 없지만 선조들의 축성법에 감탄하게된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암릉길
황장산 가는 길은 끝없는 암릉의 연속이다. 길이 위험한 절벽 옆을 지나가고 때로는 칼날처럼 솟아있는 칼날바위를 따라 지나가게된다.-운무에 휩싸인 절벽을 돌아가는 길



바위산이라서 양지꽃과 털중나리만 보인다.



휜 나방
산에 다니며 보니까 나비는 앉거나 잘때 나비를 고이 접어서 잘 간수하고 자니까 다시 날거나 잠이 깨었을 때 문제가 없지만, 나방은 항상 날개를 펴고 자니까 아침에는 늘 이슬에 날개가 젖어 나뭇잎이나 꽃잎에 달라 붙어 죽는 경우가 많다. 이 나방도 잎사귀에 찰싹 달라붙어 죽은 듯 하다.



칼날 능선을 지나 황장재 가는 길 - 암릉길를 등산하는 묘미가 심심치 않다.



황장재로 내려가는 길에 뒤돌아 본 낙락장송
도연명의 사시에서 한귀절...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드디어 황장재(944m)
황장재 이정표에 - '벌재까지 2시간40분'이라고 써있다.
-문경시에서 세운 이정표- 국공파는이정표 세우기는 커녕 치우기에 바쁘다. 오늘 지도도 없이 산행해야 하는 내게 중간중간 이정표는 없어도 이렇게 중요한 곳에 있는 이정표도 많은 도움을 준다.



황장산 가는길의 바위능선길과 반가운 백두대간 리본-그중에 하나 "대간삼형제"
-사람를 세워놓고 사진찍으면 아찔할텐데...



안개속에 살짝보이는 황장산 직전의 감투봉?...



이 구간에서는 털중나리와 양지꽃 외에는 야생화 보기가 어렵다.



드디어 황장산(1,077.3m)
황장산 정상은 꽤 아늑하다. 이곳에서도 가시거리가 짧아 주위 조망이 안된다.
이번 구간에 많이 있다는 상습 알바구간 몇개소를 잘 지나 여기까지 왔다



남진하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투구봉 일원



문경시에서 달아놓은 안전산행 표지판 "안전산행 하세요"



투구봉 넘어 도락산이 보일듯 말듯....



날망이 소나무 허리에 감아놓은 밧줄-하늘이 맑게 개인다.



이 구간을 지나보니 문경시의 표지판 글귀를 바꿔 놓아야 할 것 같다
"안전산행하세요" 는 경각심이 부족하다.
"팔에 힘이 없으면 떨어지는 구간"이라고 해야 할것 같다.
팔에 힘이 조금 남아 무사히 건넌 구간이 많았으니까...



아뿔싸 알바, 백두대간 탈출

어느 산행팀의 백두대간 산행기에 보니까 겨울에 댓재~백봉령 구간에서 눈길에 알바하여 무릉계곡쪽으로 내려가면서 사투를 겪는 이야기가 있다. 거기서 혼자서 먼저 내려가다 길을 잃은 사람을 만나니 "혼이 반쯤 나가 있더라"는 대목이 있다. 그들은 정말이지 죽음가까이 갔다가 천우신조로 절을 찾아 생명을 구했다.

나도 올해초 진고개~대관령 구간에서 눈속에 알바 하였을 때 위 산행기를 떠올리며 쓴웃음 지은적이 있었다. 눈속에 깊은 산속에서 조난 신호를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면서 위에 적은 말이 생각나서"반쯤 나가려는 혼"을 불러 앉히면서 혼자 웃엇던 기억이...

어제는 지도를 잃어 버렸고 오늘 드디어 알바했다
황장산에서 묏등바위까지는 잘 왔으나 그 곳 갈림길에서 오른쪽 진행방향이 길도 뚜렸하여 따라가다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다시 돌아서 올라갔다. 왼쪽방향을 살펴보니 길이 좁고 사람이 지나간 자욱도 덜하고 나무에 대간리본도 없고 비닐봉지에 담은 음식만 걸려있어 다시 그 길을 버리고 방금 지나간 흔적이 뚜렸한 오른쪽 길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리본이 보이고, 막 앞서간듯한 흔적이 길에 생생하다. 하지만 내려가는 고도차가 너무 크다. 시계 고도계를 보니 벌써 500m 아래로 고도가 내려간다. 아~알바다 하고 짐작은 했지만 다시 올라가 대간길을 이어간다고 해도 지도도 없이 하늘재 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놈의 리본과 길에 흔적이 날 현혹했다

이왕 내려선 길 가다 가다 보니까 알바의 증거 계곡물이 보인다
-백두대간길은 "산자분수령"이라고 해서 산이 스스로 물과 나누니 대간길은 물을 건너지 않는다.
산줄기는 산줄기대로 물줄기는 물줄기대로 간다. 물줄기를 만나면 대간길이 아니다.



나를 이 계꼭으로 인도한 저 미운 빨간리본이 인가가 있는 도로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이뻐보인다.
그래 사랑하자 미움으로 사랑하자



계곡물을 따라 내려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계곡이 험하다 보니까 왼쪽길도 안보이고 오른쪽 길도 안보이고 계곡물로 내려가지니 험하기도 하고...
몇번 길을 잃었다 찾았다를 반복하며 1시간여를 내려가다 보니까 사람사는 세상이 가까이 보인다.



대간리본과 함께 나를 알바로 인도한 앞서간 단체산행팀의 4명이 웃고있다
이들이 길에 흔적을 남기며 바로 앞에서 걸었던 산객들이다. 나보고 빨리 물 건너와서 함께 가자고 한다. 타고온 버스를 불러놓았다고 한다. 차가운 개울물에 씻고나니 대형버스가 온다. 단체 산행도 괜찮네~ / 여기서 콜택시는 3만원이라고 해서, 동승



거제도와 통영에서 왔다는 단체 산행팀 약 20여명
건네주는 동동주 한잔에 잠깐 취해 잠이들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내게 술을 권할 때는 옛날 두꺼비 소주 병뚜껑에 따라주었어도 제일 먼저 취했던 나는 지금도 술을 못배웠다. 일년에 총주량이 "한잔" 정도 마시게 된다. ㅎ

이 산행팀은 문경온천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이 산행팀에 신세를 졌기에 몇번 간섭하려다 차마 못했던 말이 있다
단체산행팀 선발대가 중요한 곳이나 길이 애매한 구간에 표시기도 해놓지 않고 간단 말인가? 알수가 없다
차에서 표시기를 회수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러한 궁금증을 떨칠수가 없었다. 몇곳에서 회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산행팀 선발대가 제대로 했다면 내가 알바한 그곳에 표시기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소속 회원들과 나의 알바를 막았을텐데...
내 개인적으로 원망은 전혀 없다. 덕분에 문경읍까지 잘왔고, 백두대간 탈출 경험도 했으니까...



문경에서 바라본 주흘산 풍경(다음 구간에서 오르게 될 간)-산을 보면 설레인다.
어느새 산이 내가슴 깊은 곳에 들어와 있나보다.
나는 남은 생을 내 가슴 설레이게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만 하고 살려고 올봄에 직장을 그만두었는데...과연 잘될지 모르겠다. 진찌 하고싶은 것은 아직 못하고 있으니까...



▶ 근산 : 전날(09.7.4.금) 벌재에서 야영후 출발

▶ 산행 : 05:40 ~ 12:30 (6시간50분)

* 벌재(620m)– 928m봉 –폐백이재(846) – 치마바위(929) – 1,004m봉-985m봉
ㅡ984m봉-황장재(944)-감투봉(1,042.7)-황장산(1,077.3)-묏등바위-/알바 -우명골 계곡

▶ 이산 : 거제도 산행팀 버스 이용 - 534지방도로 - 문경읍-점심(14:30)-시외버스(15:00)
-동서울터미날(17:30)



그동안 알바는 몇번 했지만 대간길을 다시 찾아 진행했었는데
전날 구간에서 지도를 잃어버렸기에 다시 대간길을 찾아 마루금을 이어 간다고 해도
어려운 구간이 나오면 길 찾을 자신도 없고, 특히 월악산 국립공원에서 비지정등산로로
관리하는 이구간은 이정표등이 부실하여 차라리 백두대간길을 처음으로 탈출하였다
-계곡에서 물을 따라 한없이 내려가는중에도 몇번이나 길을 잃었다. 계곡이 험하여
제대로 길이 이어지지를 않았다. 하지만 적막강산에서 혼자하는 알바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후기 : 거제통영 산행팀에게 심심한 감사와 사과의 말씀올린다. 내가 객관적으로 본 상황과는 많이 다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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